
이승희 (세계문화예술신문 편집장)
여름철 우리네 정겨운 밥상을 바라보며 이토록 서늘한 걱정이 든 적이 있었는가. 퇴근길 온 가족이 둘러앉아 즐기던 ‘국민 생선’ 광어회 한 점, 싱싱한 상추 한 장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계절이 되었다. 마트나 전통시장의 신선식품 코너에 붙은 가격표는 매일같이 가장 높은 가격을 바꾸어 쓰고, 식당 사장님들은 재료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굴린다. 단순히 계절 따라 물가가 오르내리는 것으로 넘어가기엔 그 충격이 너무나 크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가 불러온 거대한 물가 폭풍, 즉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폭염으로 인한 물가 상승)’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유통업계의 자료가 보여주는 현실은 심각하다. 남해안과 제주도 바다 수온이 섭씨 28도를 넘어서는 뜨거운 바다 상태(고수온)가 오래 이어지면서, 양식장에서 키우던 물고기가 대량으로 죽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뜨거운 바닷물에 약한 광어와 우럭이 도매시장에 나오는 양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크게 줄었고, 이는 곧바로 20%가 넘는 소비자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어디 수산물뿐인가. 찌는 듯한 더위와 폭우가 번갈아 가며 들녘을 습격한 탓에 상추나 배추 같은 채소 출하량마저 반토막이 났다. 생선과 채소가 동시에 오르며 가계의 밥상 물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재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다 수온 상승과 이상기후는 이제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늘 일어나는 기본 조건'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의 물가 관리 방식은 어떠했는가. 물고기가 죽어 나가면 긴급 지원금을 주고, 채솟값이 들썩이면 저장해 둔 물량을 일부 풀거나 수입을 늘리는 식의 임시처방에 그쳐 왔다. 불을 끄기에만 급급했던 임시방편 정책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기후위기 앞에서 번번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틀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기후 위험을 어쩌다 일어나는 기상 악화가 아닌, 국가 농·수산 정책에 항상 계산해 넣어야 하는 핵심 요소로 바라보는 선제적 정책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첫째,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첨단 생산 환경으로 갈아타야 한다. 바다 수온에 흔들리지 않는 육상 첨단 양식장(스마트 양식)을 하루빨리 늘리고, 뜨거운 바닷물과 병충해를 잘 견디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국가적 연구 역량을 모아야 한다. 둘째, 유통 과정을 대폭 단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줄이고,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해 수급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격이 널뛰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한다. 셋째, 농어민들이 기후재해로 인해 농사나 양식을 아예 포기하지 않도록 기후 재해보험과 지원 기준을 더 촘촘하게 보강해야 한다.
밥상은 단순한 먹거리의 모음이 아니다. 한 사회의 민생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단단한 뿌리이다. 생선 한 점, 상추 한 장의 가격이 흔들릴 때 우리 삶의 기본도 함께 흔들린다. 바다가 보내온 묵직한 경고를 가볍게 넘겨버려서는 안 된다. 임시처방을 넘어 국가 차원의 담대하고 치밀한 기후 위험 대책만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기후위기의 시대 속에서 국민의 소중한 밥상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